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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벚꽃구경은 경주로 | 경주박물관과 교촌마을에서 시간여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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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벚꽃구경은 경주로 | 경주박물관과 교촌마을에서 시간여행

Billie Bryson 2025. 4. 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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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되었습니다. 매년 그렇지만 이번 겨울은 유독 더 춥게 느껴졌어요. 봄도 더디게 오는 거 같고요. 봄이 왔나 싶다가 중간에 한번 굉장히 추웠던 적도 있었죠. 그래서 목련은 땅에 떨어지지도 못하고 나무 가지에 매달려 색이 누렇게 변해버렸더군요.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이었어요. 그래도 결국 봄은 찾아왔습니다.
 
이번 주 주말이 되면 벚꽃이 질 거라는 말에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경주 나들이를 갔어요. 경주는 평소에도 북적이지만 봄이 되면 벚꽃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되죠. 작년에도 보문 단지에 벚꽃을 보러 갔었는데 그땐 밤이고 추워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거 같아요. 이번엔 큰맘 먹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일단 아침이라 잠이 덜 깨서 커피를 마시러 갔어요. 오늘의 목적지가 국립경주박물관 단지 안에 있는 신라천년서고인지라 그 주변의 카페 중에서도 경주 느낌을 물씬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검색해 봤습니다. 이곳은 '브로스커피' 카페로 경주 박물관에서 동남쪽으로 차로 5분 거리입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큰 저택인데 입구는 자동문이라서 재밌었어요. 정원이 정말 넓고 주차장도 넓직해서 좋았습니다.

 
브로스커피 앞에도 벚꽃이 만개했어요. 처마에 매달린 등을 보니 밤에 와도 참 예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시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도착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아직 한 팀밖에 없어서 한산하고 좋았습니다. 저희가 나갈 때쯤 손님이 많아지더라고요.

 

근데 여기 커피가... 정말 충격적으로 맛있습니다. 경주는 카페가 워낙 많고 관광객도 많아서 그런지 카페 퀄리티가 점점 좋아지는 거 같아요. 이런 카페가 동네에 있다면 매일 가서 마실 거 같아요 ㅠㅠ 멀어서 아쉽습니다.

 

커피를 먹고 잠이 깼으니 목적지로 자리를 옮겨야겠죠?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동하니까 벌써 관광객이 많더군요. 큰 관광버스도 많이 보였습니다. 경주에는 많이 놀러왔던 편인데 국립경주박물관은 처음 가봐요. 생각보다 규모도 굉장히 크고 볼 게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띠는 건 이 종각이었어요. 성덕대왕신종이라고 신라 제35대 왕이 돌아가신 아버지 성덕대왕을 위해 만들기 시작해서 그 아들 혜공왕 때 완성됐다고 합니다. 어찌나 거대하고 정교한지 몰라요.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서 다가가 봤더니 실제로 치는 건 아니고 녹음된 소리였습니다. 보신각 상상하고 진짜 치는 줄 알았네요. 하긴 이렇게 귀한 문화재를 손상시킬 순 없으니까요. 

 

여기는 종각 옆에 위치한 신라역사관이에요. 건물이 으리으리한데 들어가니까 세련된 백화점 느낌처럼 엄청 깨끗하고 모던했어요. 많이 돌아보진 않고 슬슬 한 바퀴 돌기만 했는데도 흥미로운 전시가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때 역사 공부했던 게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신석기 시대는 빗살무늬 토기라고 엄청 외웠었는데 말이죠. 그게 여기 딱 있더라고요. 새삼 신기했습니다. 

 

신라의 상징 '천년의 미소' 수막새예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듯한 기분이 들죠. 이 수막새는 일본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되었다가 광복 이후에 겨우 다시 환수해 왔다고 합니다. 남의 나라 기와를... 감히... 그래도 보상 없이 기증으로 돌아왔다니까 봐줄까요?

다양한 형태의 기와

 

우리나라 역사가 뿌리도 깊고 참 아름답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며 오늘의 목적지인 신라천년서고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고청지라고 멋진 연못이 있는데 여기 꽃이 피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어요. 무슨 드라마의 인서트 장면 같죠?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고청지를 한 바퀴 둘러가면 신라천년서고에 도착해요. 앞마당에서는 길고양이들이 따뜻한 햇살을 쬐고 있었습니다. 턱시도 입은 아이랑 태비였는데 귀를 보니 중성화는 다 되어있는 거 같아요. 나중에 보니까 여기 일하시는 직원분인지 밥을 챙겨주시더라고요. 아이들도 그분을 잘 따르는 거 같았어요. 굶지 말고 행복하렴.

 

신라천년서고는 박물관 내부의 도서관이에요. 박물관에서 발간한 도서라든지 신라나 경주 관련 도서를 발견할 수 있죠. 여기는 들어서자마자 분위기에 압도당했어요. 현대식 건물을 한옥과 접목한 정말 멋진 건물이었습니다. 천장이 제일 멋졌어요.

 

여기저기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어요. 일본어나 중국어로 된 책도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여기까지가 경주박물관인데 다음에 다시 와서 전체적으로 천천히 구경하고 싶어요. 신라미술관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시간관계상 떠나야 했습니다. 여기는 거의 반나절, 심지어 종일 둘러보는 일정으로 잡아도 부족하지 않을 거 같아요. 외국 관광객도 굉장히 많았는데 여기는 충분히 자랑스럽기 때문에 뭔가 떳떳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에 점심을 먹으려고 음식점을 검색해서 찾아가는데 마침 그 음식점이 교촌마을 내에 있더라고요. 경주에 들어오면서 '교촌마을'이라는 표지판을 봐서 교촌치킨이랑 무슨 관계냐고 농담했는데, 거길 가게 됐네요ㅎㅎ (교촌치킨이랑 아무 관계 없답니다)

 

우연히 식당 때문에 들른 곳인데 깜짝 놀랐어요. 뭐가 이렇게 예쁘죠? 교촌마을은 거의 거대한 카페와 식당이 주를 이루는거 같았어요. 바로 앞에 월정교가 있는데 유적치고 너무 신식이라 나중에 찾아보니 새롭게 복원된 거라고 하네요.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교량이라고 합니다. 

 

교촌마을은 검색했던 식당에 들어가면서 살짝 구경한 게 다예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집니다. 무슨 체험장이랑 숙소가 있다는데 일반인이 묵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짝꿍이 갈비탕 먹고 싶다고 찾아가 본 '교촌삼백년집'입니다. 12시~1시쯤 가보니 들어갈 땐 자리가 있었는데 먹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더라고요. 귀여운 돌길을 따라 걸으면 나옵니다.

 

주력상품은 비빔밥인 거 같아요. 식용 꽃으로 장식한 비빔밥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반찬도 다 맛있고 양도 든든했어요. 

 

끝으로 교촌마을에 있던 아름다운 벚꽃 사진을 투척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짧지만 행복한 반나절이었어요.

다들 벚꽃 지기 전에 꽃나들이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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